경찰정보신문 : [ 정영모 작품전] 순수한 색채로 꾸며지는 고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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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모 작품전] 순수한 색채로 꾸며지는 고향의 추억
신항섭(미술평론가)
                                   
고향은 누구에게나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세상을 배우는 어린 시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어서 무엇 하나 그냥 스치지 못한다. 그러기에 어린 시절의 일들은 추억의 창고에 차곡차곡히 쌓이게 마련이다. 그 추억이 불현듯 고향에의 그리움을 일깨우는 것이다. 화가들이 고향얘기를 작품의 제재로 삼는 것도 이미 까마득한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억의 창고에서 간단히 끄집어내면 되는 까닭이다. 그것을 재현하거나 가공하여 독자적인 언어로 변환하는 것이다. 

정영모의 최근 작업은 자신의 고향얘기로 꾸며진다. 그 고향얘기는 필경 어린 시절로 소급하기 십상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거의 반세기 쯤 전의 일들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향의 이미지는 현실성을 상실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란 옛 흑백사진과 같은 낡은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실적인 눈으로 보면 현대문명이 개입되지 않은 전래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발전되거나 진화되지 않은 정지된 시간 속의 이미지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퇴색한 흑백사진이 보여주는 남루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밝고 화사한 색채이미지로 꾸며놓는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현실로부터 멀어져 간 옛 시간에 맞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칙칙한 색깔을 떠나 형형색색의 비단처럼 밝고 고운 색채들로 꾸며지고 있다. 이는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진정한 동경이자 헌사인 것이다. 물론 그가 자란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궁핍한 시기여서 결코 아름다운 추억만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아름다운 꿈의 공간이었다. 

실제로 꿈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소년이라면 세상 그 자체가 아름다운 정원일 수 있을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이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우며 순수한 원색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순수한 원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일이 아니다. 소박파의 그림들이 모두 원색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순수하고 천진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밝은 곳일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그의 작업은 원경의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전면에 꽃가지를 배치하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전면의 꽃은 현실이고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원경은 어린 시절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따라서 작품마다 모두 꽃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수평구도의 풍경이 자리한다. 수평구도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원경의 수평구도일 경우에는 그리움의 정서와 맞닿는다. 소나무 숲이나 젖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 그리고 초가집 또는 기와집이 어깨를 맞대고 줄지어선 풍경은 아득히 먼 과거의 시공간으로 보이기에 그렇다.  

그의 작품 대다수가 원경의 수평구도인 것은 고향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 수평구도는 특이하게도 근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화면의 전면에 드리운 꽃가지는 발처럼 시야를 가로막고 나서지만 꽃가지 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더욱 멀어 보인다. 이러한 방식의 공간 설정은 아득한 과거의 시간을 상정하기에 효과적이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고향의 정경은 그리움의 정서를 촉발하기 마련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 및 소재는 추억의 곳간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소나무 숲과 목장, 초가집, 기와집, 담배 건초장, 나무, 젖소, 호랑이, 달, 새, 꽃, 도자기

따위는 모두 추억과 관련한 것들이다. 이들 소재가 이리저리 이합집산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작품마다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에피소드는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시적인 함축과 긴장이 자리한다. 한 눈에 파악되는 실제의 풍경이 아니라 단편적인 이미지들의 모음이기에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서정성이 농후한 시적인 함축미가 들어앉는다. 

이처럼 서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의 고향얘기는 누구에게나 개인적인 추억과 관련한 설화를 만들어준다. 그림과 마주하고 있는 순간 그 이미지를 통해 감상자 자신의 추억과 고향을 연상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고향의 정서, 그 순수한 시간 속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복잡다단한 현실과 동떨어진 어린 시절을 찾아나서는 꿈의 여행을 하게 된다. 또한 죄 없는 밝고 맑고 투명한 색채를 통해 감정의 샤워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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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polpress@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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